내 인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 “폭싹속았수다”
“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‘폭싹속았수다’를 매주 금요일 밤 챙겨보던 때가 있었어요.
그 시간만큼은 세상 번잡함을 내려놓고, 오롯이 화면 속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던 기억이 새삼 그립습니다.”
워킹맘인 제게 금요일 밤은 한때 ‘드라마 데이’였어요.
중학생, 고등학생 두 딸이 각자 방에서 공부(또는 휴대폰)에 몰두하는 사이,
남편도 서재에 들어가 한가로이 보내고 나면 거실 소파가 온전히 제 차지가 됐죠.
보통은 아이들 학원 스케줄에다 직장 업무, 집안일로 정신없지만,
그 시간만큼은 제가 주인공이 되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달까요.
이제 방영이 끝나버린 “폭싹속았수다”지만, 남겨진 여운은 꽤 큽니다.
사실 이 드라마가 실제로 어떤 에피소드를 담았는지는 전부 확인하지 못했어요.
다만 주인공이 가족과 일에 치여 살면서도, 조용히 자기 꿈을 다시금 돌아보는 장면들이
제 마음을 뒤흔들었다는 점은 분명하죠. 오래전, 저도 글쓰기를 좋아했고 ‘작가’가 되고 싶었거든요.
대학 시절엔 밤새도록 원고를 붙들고 있어도 즐거웠는데, 결혼 후 육아와 살림에 파묻히면서 제 꿈이 희미해졌습니다.
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들 학원비를 버는 게 우선이라는 핑계로, 더는 “나 자신”을 위한 시간을 갖지 않았어요.
그러다가 드라마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.
그날 밤, 일상적인 루틴을 살짝 벗어나 노트북을 열어봤죠. 몇 줄 적어나가는 데도 손이 떨리고 머릿속이 공백이었지만,
‘맞아, 이게 원래 내가 좋아하던 일이었지’ 하고 깨닫게 됐어요.
얼마나 마음이 두근거리던지, 비록 날은 새지만 오랫동안 묵혀둔 열정이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.
우리 집에서도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, 남편과 딸들이 함께 거실에 모여 각자 느낀 점을 나누곤 했습니다.
“만약 우리 상황이라면 어땠을까?” “그 인물이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뭘까?”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죠.
중학생 딸은 “엄마, 예전에 꿈이 뭐였어?” 하며 호기심을 보였고, 고등학생 딸도
“엄마가 글을 쓰고 싶었다니, 의외로 멋지다!”라며 함께 응원해주었습니다.
덕분에 제 삶에 ‘꿈’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.
물론 드라마는 이제 종영되었고, 금요일 밤도 예전처럼 특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.
하지만 그 여운은 제 일상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어요. 주말이면 한두 시간이라도 확보해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고,
블로그에 짧은 에세이를 올리기도 합니다. 조금 불규칙적이지만,
이렇게 제 목소리를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더라고요.
아이들 역시 “엄마, 글 작업 중이야?”라며 가끔 간식도 가져다주고,
남편도 “오늘은 어떤 스토리 쓸 거야?”라며 호기심을 보입니다.
현실은 여전히 만만치 않아요. 회사에선 야근을 해야 하고,
집에선 고등학생 딸 입시가 코앞이라 신경 쓸 일이 태산입니다.
그래도 내 꿈을 향한 아주 작은 걸음이라도 내딛고 있다는 사실이, 저를 좀 더 사랑하게 만들어요.
예전에는 거울을 볼 때마다 ‘그냥 바쁘게 살다 끝나겠지’라고 자책했는데,
요즘은 “아직 해볼 수 있어”라며 잔잔한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.
드라마가 막을 내렸다고 해도, 내 삶은 계속되고, 그 안에서 ‘주인공’은 바로 저 자신이니까요.
아이들은 이미 새롭게 시작한 이 시간들을 “엄마가 자기 꿈 찾는 시간”이라며 한껏 응원해줍니다.
또 딸들은 자신들도 미래에 뭘 하고 싶은지 조금씩 상상하게 됐다고 하네요.
“폭싹속았수다”가 세대 간 대화를 열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, 이 작품은 제게 귀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어요.
무엇보다, 제가 어릴 때부터 갈망하던 ‘글을 쓰는 삶’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다시금 인생의 동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.
많이 늦었고, 또 불완전하게 느껴질지 몰라도, 제가 한 문장씩 써낼 때마다 ‘이건 내 길이야’라는 확신이 조금씩 쌓여요.
그 과정에서 “나를 사랑한다”는 말이 더 이상 공허하지 않습니다.
누군가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, 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들이고 애쓰는 이 일련의 시도가
바로 ‘자기애’의 구체적인 증거라고 믿어요.
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혹시 “나도 어릴 땐 이런 꿈이 있었는데...”라고 떠올리시나요?
드라마가 마무리된 지금이라도, 여러분의 인생 드라마는 이어질 겁니다.
한 걸음 늦었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고,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해보시길 권해요.
아이들이나 가족들도 분명 응원해줄 거예요.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다시금 소중히 느낄 수 있다는 걸,
저도 직접 체험 중이랍니다.
Q1
드라마가 끝난 이후, 밤이나 특정 시간대를 ‘자신만의 재발견 시간’으로 삼는다면, 어떤 새로운 활동(글쓰기·그림·운동 등)으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?
Q2
가족들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던 시간이 사라져도, 이를 대체할 만한 ‘소통의 장’을 만들려면 어떤 대화를 시도하고 어떤 이벤트(토론 모임·가족 영화 감상 등)를 열 수 있을까요?